기도의 힘, 길을 잃었을 때 잠잠히 묻는 것
사람은 살아가면서 길을 잃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답을 제시합니다. 더 많이 가지라고 말하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라고 말하며,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옳은지 이야기합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념에 빠집니다.
그러나 많은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길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길이 열리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목소리 속에서 자신의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워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는 내가 모든 답을 찾은 뒤 하나님께 확인받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모든 말을 내려놓고 잠잠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도의 깊은 힘은 말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묻고, 잠잠히 기다리며, 마침내 그분의 말씀을 듣는 데 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하나님께 묻는 것
사람은 길을 잃으면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핍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지도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참고합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면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찾고 더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때로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마음이 더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많은 가능성을 계산하다 보면 오히려 무엇이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생각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하나님, 제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제가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합니까.’
‘제가 원하는 길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 다르다면 저는 무엇을 선택해야 합니까.’
기도는 내가 원하는 답을 하나님께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답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입니다.
내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어쩌면 기도의 시작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지금 길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하나님께 묻겠습니다.’
세상의 헛된 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돈과 성공, 명예와 인정, 타인과의 경쟁으로 끊임없이 마음은 흔들립니다.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멈추면 불안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좇는 것들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원하게 만듭니다.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되고, 하나의 목표를 이루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그렇게 평생 무언가를 좇지만 마음은 쉽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럴 때 기도는 나를 다시 본질로 돌아오게 합니다.
‘하나님, 제가 지금 무엇을 좇고 있습니까.’
‘제가 붙잡고자 하는 것이 성령과 하나 되는 것입니까.’
‘영원한 것이 아니라 헛된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하나님께 묻다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기도는 세상을 버리고 도망가는 일이 아닙니다.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도 무엇이 중요한지 분별하는 일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목소리를 잠시 멈추고, 내 마음을 가득 채운 욕망과 비교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육신의 감정에 휘둘릴 때 잠잠히 묻는 것
우리를 흔드는 것은 세상의 소음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우리를 더 강하게 흔듭니다.
화가 나면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보입니다. 두려움이 생기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욕망이 커지면 반드시 그것을 가져야 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감정이 가리키는 방향이 진실을 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감정이 강하게 올라오는 순간일수록 바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시 멈추고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하나님, 제가 지금 왜 이렇게 화가 났습니까.’
‘제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일입니까.’
‘제가 이 감정대로 행동하는 것이 옳습니까.’
하나님께 이렇게 묻기 시작하면 감정과 나 사이에 작은 거리가 생깁니다.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는 대신 그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침묵이 시작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잠시 멈추고, 내가 원하는 결론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기다립니다.
침묵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하나님 앞에 감정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시끄러울수록 하나님께 더 조용히 묻는 것입니다.
말씀을 듣기 위해 잠잠해지는 것
기도에서 침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침묵은 듣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하나님께 많은 말을 합니다. 고민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것을 구하며,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기도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내가 말을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 이제 제가 듣겠습니다.’
그렇게 잠잠해지는 것입니다.
이때의 침묵은 머릿속에서 모든 생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잡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지나간 일이 생각날 수도 있고, 걱정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생각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하나님, 제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하나님께 다시 말을 걸어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나님께 맡기고 다시 잠잠해집니다.
그렇게 하나씩 내려놓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성경 말씀을 통해 마음에 들어오는 한 구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 앞에서 마음에 설명하기 어려운 평안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는 것은 반드시 특별한 음성을 듣는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말씀을 읽는 가운데 깨닫게 되고, 때로는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의 잘못을 발견하게 됩니다. 때로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을 깨닫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답을 하나님께 받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답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묻고 잠잠히 기다릴 때 찾아오는 행복
사람은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고, 계획한 일이 이루어지고, 미래가 확실해지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가 하나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면 새로운 목표가 생깁니다. 행복은 문제가 해결되는 그 순간, 목표가 이루어지는 그 순간뿐입니다.
그렇기에 행복은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깊은 행복은 내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물을 곳이 있다는, 물을 수 있다는 그 안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기도의 행복입니다.
우리는 길을 잃어도 하나님께 물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헛된 것에 마음을 빼앗겨도 다시 하나님께 돌아갈 수 있습니다.
육신의 감정에 흔들려도 그 감정을 하나님께 맡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순간에도 잠잠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길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길을 알고 계신 분을 믿고 따라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기도가 주는 깊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모든 답을 찾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길을 잃었을 때 물어볼 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에서 평안이 찾아옵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현실의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중심은 달라집니다.
맺음말
기도는 길을 잃었을 때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목소리가 나를 어지럽게 할 때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의 헛된 것들을 좇고 있을 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육신의 감정에 휘둘릴 때도 그 감정을 하나님께 가져가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잠잠해지는 것입니다.
침묵은 고요함 그 자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한 것입니다.
잡생각이 많아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복잡해도 괜찮습니다. 그때 조용히 하나님께 말을 걸면 됩니다.
‘하나님, 제가 지금 왜 이렇습니까.’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제가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리고 잠잠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멈추고, 내가 원하는 답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듣는 것입니다.
그렇게 침묵 속으로 깊이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기도의 힘은 내가 하나님께 많은 말을 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하나님께 묻고, 잠잠히 기다리며, 그분의 말씀을 듣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찾아오는 평안이 있습니다.
세상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제 내가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내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길을 알고 계신 분께 물을 수 있다면, 다시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